삑삑-

 “다 되었습니다. 배달은 약 3시간 뒤에 됩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친절한 점원이 나에게 계산된 카드를 내밀고 재빨리 몸을 돌려 다음사람의 물건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꼬르르-

 뒤로 물러서 바쁜 점원을 잠시 보는 도중, 배에서 다시 빨리 뭐 좀 먹여달라는 신호가 울려 퍼졌다.

 배를 쓰다듬으면서 머리를 긁적이다가 일단은 마켓의 밖으로 나왔다. 지나쳐가는 많은 사람들과 차들의 행렬을 바라보다가 걷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주변에 가게에 가서 배를 채운 뒤에… 스페이스 룸에나 가봐야겠다.”

 아까의 메일을 생각하면서 걷던 나는 주변에 눈에 들어온 가게 중 가장 가까운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가게로 들어가자 활기찬 인사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나의 눈에는 일하고 있는 아줌마와 음식을 먹고 있는 손님들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 아줌마가 방금의 어린 목소리를 내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아…”

 “자리는 저기 앉으세요.”

 밑에서 무언가가 불쑥 올라왔다. 모자를 누르며 살짝 고개를 숙이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애가 메뉴판을 내밀고 있었다.

 내가 엉거주춤 메뉴판을 받아들자 소녀는 나의 손을 잡아 이끌어 자리를 정해 주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가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날랐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가장 무난한 ‘돌솥비빔밥’을 시켰고 작은 소녀가 날라온 밥을 맛있게 먹었다.

 나는 음식을 꽤 천천히 먹는 편이라 내가 숟가락을 놓을 즈음에는 꽤 많았던 손님들이 거의 다 가버린 후였다. 잠시 부른 배를 안정시키려고 앉아있자 쉬고 있던 소녀가 다가왔다.

 “맛있으셨어요?”

 “….”

 물어오는 소녀에게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어 적고는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

 [혹시 근처에 스페이스 룸.]

 “스페이스 룸? 어딧냐고요? 아, 그거라면 이 근처에 괜찮은데가 있어요.”

 소녀는 친절하게 잘 알아듣고는 종이 뒷면에 간단한 약도를 그려주었다.

 [감사하다.]

 나는 그렇게 쓴 종이를 보여주고는 일어나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

 “그럼 또 오세요~.”

 소녀의 마지막 소리를 들으며 약도를 보고 찾아갔다.

 치잉-

 캡슐이 열리는 소리가 꽤 요란하다. 주위에서도 들려오지만 말이다. 아까 소녀의 말이 맞았다. 그 소녀가 가르쳐준 데로 온 이 스페이스 룸은 꽤 좋은 곳이였다.

 5층짜리 건물에서 3층과 4층을 쓰는데다가 그중 한 층은 그 비싸다는 캡슐로 무장한 곳이었기에… 사실은 카운터에 있는 ‘여’점원이 친절했기 때문이려나….

 나는 일단 후불로 하고 한자리 차지했다. 여기는 기존의 거의 무료나 다름없어진 pc방과 달리 1시간에 오천원이나 하는 비싼 곳인데도 불구하고 비어있는 자리는 한 두자리 밖에는 없었다.

 이것이 대세인가? 캡슐로 들어가 눕자 몹시 편한 느낌과 함께 빠른 속도로 정신이 아찔해지면서 저절로 눈이 감겼다.


 삑삑삐삐삐삐- 자스넷에서 OMN로 접속.

 인증- 뇌파인식. 인식완료.

 터미널 상태 양호. 상호간 좌우회선 O.K. 커뮤니케이션 툴 양호. 상태 이상없음.

 띠띠띠띠- 자스넷 접속. 접속회로 3307-K-2308-H-1414-H


 [매번 감사합니다. 고객께서 접속한 서비스는 자스넷-스페이스룸에서 제공해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방식은 후불제입니다. 마치시면 카운터로 가셔서 계산을 하시면 됩니다. 이용요금은 시간당 5000원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곧 아찔하던 느낌은 사라지고 눈을 뜨자 전혀 새로운 곳에 발을 내딛었다. 전후좌우 아래 위의 구분이 없는 그 곳은 마치 허공이였다.

 그 공간을 인식하는 동시에 어디선가 내가 있는 곳과 등등을 알려오는 말이 들려왔다. 한번도 스페이스 룸에와서 캡슐을 이용해본 적은 없지만 주위에서 어느 정도 들은 것이 있기에 익숙하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당황하지는 않았다.

 “에, 패스.”

 라고 간단히 넘겨버리자 다른 배경이 펼쳐지면서 메시지가 들려왔다. 

 [원하시는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에… 그것이… 아,  지라나스 라이프. 접속.”

 [O. K. 서비스 인식. 접속합니다. 접속파일 키워드는 [지라나스 라이프]. 전속회로의 제어권을 본 서버에서 [자라난]서버로 이전합니다.]

 …

 ……

 ………

 [접속완료. 완전 가수면 상태 돌입. 뇌파 동조. 시뮬레이션 가동 시작합니다.]


 띠리리리릭. 띠잉-

 [안녕하십니까? V.G(Virtual Game 가상현실게임)게임전문회사 (주)자라난에서 서비스하는 최초 가상현실 온라인 뉴월드, 지라나스 라이프에 처음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조금은 굵은 톤의, 마치 비서 같은 느낌이…?’

 [지라나스 대륙은 공용세력 38년 12월 11일 처음 창조되었습니다.]

 [현재는 클로즈 베타 테스트 기간입니다. 접속은 불가능 하지만 아이디 생성만은 가능합니다.]

 “아이디 생성.”

 안내목소리에 따라 선택하자 다른 여타 게임과 같게 다음 질문이 들렸다.

 [아이디 생성을 선택하셨습니다. 원하시는 아이디를 말해주십시오. 한글, 영어, 일어, 중국어, 독일어, 아랍어 등등 현존하는 세계 모든 언어가 지원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목소리가 여성으로 바뀌었네. 그런데 무엇으로 할까나? 회사도 이름에 따라 흥망성쇠가 달라진다던데… 아니 아니, 왠 잡생각이냐?’

 “음… 라스트라이프(last life)."

 [아이디, 라스트 라이프(last life) 가능합니다. 정말로 하시겠습니까? 한번 결정된 아이디는 남에게 양도가 불가하며 삭제도 불가하며 변경도 불가합니다. 정말로 하시겠습니까?]

 “물론.”

 ‘무슨 아이디하나 짓는데도 제약이 심하냐?’

 내심 투덜거리는 나였다.

 [그럼 간단한 본인 증명 및 아이디 각인 절차를 시행하겠습니다. 일단의 홍채 검사 및 뇌파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삐- 소리가 나시면 감고 계신 눈을 뜨시고 계셔야 하며, 뇌파 검사 시 소량의 통증이 있을 수 있으나, 인체나 뇌에는 영향이 없으니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삐- -- 찡~~

 말이 끝나고 몇 초 기다리자 요란한 소리와 전신을 저리게 할 정도의 전기적 충격이 온몸에 흘렀다.

 “이게 무슨…”

 투덜거리는 그 순간, 뒤따라 나오는 목소리.

 [개인의 신체에 따라 고통이 다르게 나타나나 인체에는 아무 이상이 생기지 않으므로 안심하시고 문의 전화를 삼가주십시오.]

 ‘큭, 이게 소량의 통증? 아주 골을 흔드네. 그리고 그런건 먼저 말하라고!’

 […… 라스트라이프님. 아이디 인증 완료. 현재는 클로즈 베타 테스트 기간이므로 접속할 수는 없습니다. 코드를 가지고 계십니까?]

 물어오는 말에 나는 아까 집에서 나오기 전에 외워둔 코드를 말했다.

 [코드 인증 완료. 베타테스터 라스트라이프님. 언제나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는 지라나스 대륙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륙에 오신 것을 환영하는 바이며 부디 앞으로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또 다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와 달리 작은 소녀의 목소리였다. 진짜인지 기계로 만든 인공적인 목소리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인공적인 것이겠지. 지금 같은 시대에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나도 길들여진 것인가?

 “물론. 즐겁게 보내지. 보내야 말고….”

 마지막 내 목소리엔 내가 듣기에도 약간이지만 쓸쓸함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그대여. 세상은 너를 위해 존재한다. 그대의 이름이 세상에 울리기를!]



 띵----------------띠띠 푸쉬…


 “어헉! 이런!? 왜 하필이면 이 순간에 정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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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챠리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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